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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재봉쇄령 reconfinement

by octobre 2020. 11. 2.

프랑스에 온지 2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프랑스는 재봉쇄 되었다 (흑흑) 학교는 온라인수업으로 전환되었고 회사도 재택근무 지시가 내려왔는데, 이웃의 말을 들어보니 첫번째 봉쇄 때보다 모든 상황이 덜 혼란스럽다고 했다. 덧붙여 프랑스에 거의 오자마자 confinement이라니 운도 없다고ㅎㅎ 봉쇄된지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벌써부터 고립감이 느껴지는건 기분탓이겠지... 그래도 따뜻한 이웃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각자의 집이 있지만 한 건물에 지내다보니 어떤면에서는 공동세입자같기도 하고. 어제는 할로윈이자 봉쇄 2일차였는데, 조촐하게 이웃들끼리 저녁에 디노네서 모였다. 나같은 경우 바로 옆집이라 현관에서 한발자국 떨어져있는데, 헤어질때 다들 먼길 조심히 들어가라고 말하는거 넘웃겼음ㅋㅋ

 

넘나 감각적인 디노의 할로윈호박 Jack, 나는 안주로 친구가 보내준 한국과자들을 조금 가져갔다

 

봉쇄령은 우울하지만 그동안 학업이랴 일이랴 정신없이 쫓기듯 살았는데 이번기회에 한템포 쉬어가면서 두달간의 프랑스생활을 정리하고 마음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학교와 직장 모두 집과 은근히 멀어서 왔다갔다하는 왕복시간을 세이브하면 프랑스어를 따로 공부할 시간이 생길거고. 최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자주 듣는 말은 "프랑스어가 더편해, 영어가 더편해?"인데, 어떻게 보면 내 프랑스어 실력이 부족해서 듣게 되는 말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1년안에 프랑스에 더욱 유창해져서 누가봐도 프랑스어가 더 편한 그런 단계에 오르고 싶다. 그리고 또 느낀건 프랑스에 거주한 기간과 언어실력은 비례하지 않다는거... 실력이 늘려면 무조건 따로 공부하고 써먹어야하는데, 봉쇄령이라 사람들을 못만나니 이 부분이 너무 걱정된다. 거의 한국에 있는거랑 비슷한 느낌일텐데 프랑스 영화와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봐야하나 아니면 이웃들한테 자주 만나자고 들이대야할까 (성격상 힘든게 함정) 

봉쇄령 직전 학교에서 42시간안에 프로덕트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요며칠 언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되었다. 42시간안에 이틀간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프로젝트라서 그런지 다들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팀내 유일한 외국인이였던 나를 배려해주기를 기대하는건 어려웠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오가며 정신없이 프로젝트를 따라가면서 느꼈던건, 우리반 친구들이 알게모르게 엄청나게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사실이였다. 프로젝트 특성상 시간에 쫓겨서일수도 있지만 모두들 프랑스어를 평소보다 3배는 빠르게 이야기하였고 온라인에서는 약자를 엄청나게 써서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울때가 많았다. 반면에 우리반 메신저의 경우에는 아무도 약자를 쓰지않고 정직하게 프랑스어를 쓰는데, 그게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달아서 괜히 뭉클했다고 해야하나. 회사에서도 뭔가를 지시할때 잘이해하지 못했으면 주저하지말고 꼭 얘기하라고 따뜻하게 얘기해주어서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러다가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아예 없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냉혹한 현실(?)을 깨달은거다. 무력감에 기분이 다운 되었지만 이 좌절감을 발판삼아 도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와중에 우리팀이 상을 받은건 넘 좋았다. 

봉쇄령은 12월 1일까지지만, 절대 한달안에 끝나지 않고 1월중순-2월까지 연장될거라고 예측하는 주변 프랑스인들이 많았다. 그때까지 봉쇄령이 이어지면 내 멘탈은 어떻게 될지 좀 걱정되기도 하는데, 이럴때일수록 잘 챙겨먹고 일주일에 3일은 조깅이나 산책을 하면서 바깥바람도 쐐고 언어도 더공부하고 내전공에 관련된 공부도 따로 하고 알차게 보내야겠다. 물론 학교공부와 일도 열심히하고! 아무쪼록 건강하게 봉쇄령을 이겨내고 싶다. 

ps. 미뤄둔 영상편집도 넘 하고싶은데 걸리는 시간이 괴물같아서 차마 시작을 못하고있다... 하고싶은게 넘많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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