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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여자, 20대

by octobre 2011. 11. 6.


육체적으로 가장 아름답다고는 하나,
그 시한부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고 까다롭다.
그러니 그런 시대미감에 맞춰 그것을 지키고 가꾸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이미 고달프다.
게다가 정신적으론 사춘기를 능가하는 질풍노도가 밀려온다.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세상은 어서 빨리 완성하라고 다그친다.

모든 걸 수용하며 지켜보고 이끌어줄 사람은 더이상 없다.
그뿐인가. 젊어서 즐거우나 늘 불안하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 것 같다.
지금 당장 '무엇인지 모를 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것 같기도 하다.

미리부터 영악했던 몇몇 친구들을 보면 불안해지다가도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내내 머뭇거리기만 한다.

20대는 선택을 강요받는 나이다.

아직 덜 아는데 선택부터 해야 하고 좀 알겠다 싶으면 그 선택에 회의가 온다.

스물 여섯이 되면 멋진 커리어우먼이 돼서 주체적으로 제 삶을 꾸밀거라고 생각했던 소녀는,
스물 여섯 나이에 이력서를 고쳐 쓴다.

서른 전에 일과 결혼 둘 중 하나에 성공할 거라 생각했던 소녀는,
스물 아홉 나이에 적성에 맞는 직장으로의 전직을 고려하며 주말엔 소개팅을 한다.

알다가도 모르겠고, 웃다가도 눈물이 나는 시기가 바로 20대다.

안정될까 싶어 서른을 기다리지만,
20대가 다 가버리는 것이 못내 아쉬워
29세의 크리스마스엔 괜히 울적해 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찬란한 시절이면서
동시에 가장 우울하고 혼란스러운 시기가 바로 여자의 2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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