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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AT PRAY LOVE (Elizabeth Gilbert) 리뷰

by octobre 2011. 6. 10.


음식을 통한 행복찾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음식, 기도, 사랑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어 삶의 행복을 되찾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전적 여행 에세이다. 같은 여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그 어떤 자기계발서, 철학책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리즈는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발리를 여행하며 음식을 통한 기쁨, 기도를 통한 치유, 휴식을 통한 균형을 되찾고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행복해진다.

   많은 것을 느끼고 공감하게 해준 리즈의 여행기는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어떤 방해물도 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충만한 삶의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일단 여행만 떠나면 나의 좌우명인 Carpe Diem처럼 당장이라도 더 나은 삶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리즈의 여행스타일처럼 나 또한 그 지역을 조사하기 보다는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으면 오랫동안 그 주위를 맴돌고 분위기를 느낀다. 그래서인지 돌아보면 여행전 세웠던 (방대한) 계획보다 훨씬 적은 장소를 여행하곤 했다. 어떻게 보면 여행에 투자한 돈이 아까울진 몰라도 개인적인 즐거움은 훨씬 더 컸으니 아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의 교훈이 단순하게 '여행을 떠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부러움은 잠시 접어두고 책에 빠져들었다.

   먼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 기도하라는 종교가 없는 내가 흥미를 느끼기에는 좀 무리였다. 게다가 리즈의 방식은 신에게만 모든 것을 쏟는 스파르타식 명상이었기 때문에 공감도 어려웠고, 사실 인도여행 파트는 조금 지루하기까지 했다. 명상을 통해 신을 깨닫기보다는 리즈가 무방비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친구라 생각하고 인사를 했던 우스운 경험에서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내 안의 신, 자신만의 신을 인정하고 힘들 때 내 마음의 도움을 받는 쪽이 나에겐 훨씬 맞을 것 같다. ‘사랑하라’ 역시 준비물인 남자친구가 없기 때문에 보류해야만 했다. 어서 빨리 펠리페같은 남자친구가 생겨야 할텐데... 사실 지오반니가 멋있다. 리즈가 데이비드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온 날, 지오반니의 한마디 I've been there. 은 정말로 로맨틱했다.

   어쨌거나 ‘기도’와 ‘사랑’을 빼고나면 나에게 맞는 행복해지는 방법은 ‘먹기’이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취미가 있을 정도로 음식을 사랑하는 나에게 있어 리즈의 이탈리아 여행 파트는 굉장히 재미있고 리즈가 처음으로 자신을 찾게 되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깊은 인상도 받았다. 리즈가 이탈리아에서 신선한 파스타와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마다 나까지 행복해졌다. 어떻게 보면 하는 일 없이 이탈리아에서 먹기만 하는 것처럼 보일진 몰라도 리즈가 쓰니 빈둥거림이 하나의 '미덕'처럼 느껴졌다. 가장 행복했던 챕터는 27, 나폴리피자를 친구인 소피와 함께 먹으러 간 내용이다. 소란스럽고 난폭한 나폴리 시내를 거쳐 지오반니의 추천집 Pizzeria da Michele에 들어가 피자를 먹을 때 소피와 리즈의 반응은 정말 재미있었다. 리즈는 피자에 반해 피자의 맛을 다양하게 묘사한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어구는 바로 피자가 자신을 사랑해줄거라는 것! 이보다 더 음식 맛을 극찬하는 말이 있을까 싶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리즈의 위트있는 유머와 말솜씨는 책 곳곳에 녹아들어 행복하고도 유쾌한 웃음을 전해준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내용의 무게가 참 마음에 든다. 피자의 맛에 혼이 빠져 정신없이 먹다가 피자가게 속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리즈는 놀란다. 항상 괴로움에 울고 우울함과 외로움에 빠져있던 지난날과 180도 달라진 반짝이는 눈에 깨끗한 피부의 행복하고 건강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라진 자신에게 고맙다고 속삭이며 또다시 패스트리를 먹으러 빗속을 뛰어가는 리즈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였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끊임없이 먹으며 행복감에 푹 빠진 리즈는 데이비드와의 길고 비참한 관계에 마침표를 찍을 용기가 생긴다.

   ‘용기’. 바로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이다. 리즈는 모든 불행한 자신의 역사를 뒤로 하고 혼자서 여행을 떠나기를 결심하고, 스스로의 슬픔을 이탈리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배우고 싶은 언어를 배우며 떨쳐낸다. 그리고 마침내 끝이 보이지 않는 데이비드와의 관계를 끝낼 용기를 얻게 된다. 그 이후로는 더 큰 용기를 얻어 기도를 통해 내면을 치유하고 마지막 휴가지인 발리에서 인생의 균형을 잡게 된다. 자신의 인생이 뭔가 어긋나고 잘못된다고 느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갖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도하는 리즈의 모습은 내게 큰 귀감이 되었다. 그런 점이 리즈가 모든 것을 거머쥐고 행복한 삶을 일구어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리즈는 이탈리아에서 "먹는 즐거움, 그러한 즐거움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한 인간의 인간성의 닻이 되어준다"는 말을 한다.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본능적으로 느낀 것처럼 말이다. 리즈는 우울하고 수척해진 상태로 이탈리아에 왔다. 하지만 그녀는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을 통해 "행복의 발목을 움켜쥐고 불행에서 꺼내줄 때까지" 그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그러한 ‘의무’가 행복한 리즈, 건강한 리즈를 만든 것이다.

   사실 이탈리아 파트에서 대책없이 먹기만 하는 것을 보고 내심 리즈의 몸무게를 걱정했었다. 결국 23파운드나 늘었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리즈는 이것을 "백퍼센트 무해한 쾌락인 먹기를 통해 자신이 온전하게 된 증거물"이라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녀는 "한 개인의 팽창(몸무게가 느는 것과 자아가 행복해지는 것의 중의적 표현인듯)은 한 인생의 확대이며 이것은 이 세상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며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다. 리즈가 점점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가운데에서도 나는 그녀의 다이어트를 걱정했다. 나는 아직도 나만의 백퍼센트 온전한 쾌락을 즐길 준비가 되지 않았나보다.

   이 책은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의 기대보다 훨씬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인생의 가치를 깨닫고, 사랑에 빠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특히 ‘맛있는 음식’을 통해 순수한 쾌락을 즐기는 리즈는 음식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일지라도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의무"라고 느끼게 해주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삶을 부여 받았고 그것을 즐길 권리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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