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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clip

성적지상주의 속 갈등하는 少年들, 정글피쉬1 리뷰

by octobre 2010. 11. 29.





2008년 5월 5일 방영한 특집청소년드라마 정글피쉬
김수현, 박보영 주연



정글피쉬2가 너무 막장이길래 정글피쉬1은 어떨까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진흙 속의 진주같은 웰메이드 청소년 드라마.
자극적인 소재가 아닐뿐더러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민과 갈등, 우정, 방황등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토리라인과 연출은 시리즈물이 아니였기에 가능했던걸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수현과 박보영이 출연해서 보는내내 눈까지 즐거웠다.


* 기획의도 (공식 홈페이지 펌)

‘정글피쉬’...청소년들의 이야기
<정글피쉬>란 ‘강이나 호수에 살다가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정글에 떨어진 물고기’로, 아이도 어른도 아닌 경계의 시기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현실 (정글) 속에서 입시 지옥 등의 고통을 당하며 바다(미래)로 돌아가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을 의미한다. 특집 드라마 ‘정글피쉬’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성적지상주의’에 갇힌채 고민하고 갈등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현실보다 더 리얼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블로그를 활용한 리얼리티 드라마
재타(주인공)는 블로그에 일상생활을 사진,음악,동영상등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게 된다. 그 블로그를 통해 재타 주변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 가기도 한다.
그 와중에, 재타학교에서 특수 과외를 통한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한다. 나서기를 좋아하는 반장은 재타를 이끌고 “누가 그 사건의 주인공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제를 파헤치게 되고... 사건은 재타의 블로그를 통해 점점 증폭하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 재타와 친구들은 점점 갈등에 빠지게 되고 “우정”과 “성공”에 대한 가치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는데...

새로운 형식의 다큐 드라마
드라마 ‘정글피쉬’는 리얼리티를 강화하고 기존 성장 드라마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했다. ‘성적 지상주의’에 대한 실제 청소년들의 인터뷰를 UCC를 활용에 블로그 동영상으로 활용하고, 드라마 말미에 다큐적인 형식으로 첨가해 사회 전체에 문제 의식을 제기함으로써, 드라마의 사회성을 강화했다. 




***



이야기는 어느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지 유출사건이 터지며 시작된다.



 



우등생 과외모임의 부모님들과 한 선생님의 불법거래를 통한 시험지 유출이였지만, 

이것을 전혀 모르던 그 모임의 은수(박보영)와 미래(서혜진)는 시험지를 받고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친구 동희(장기범)를 만나러 쫓아가던 재타(김수현)는 우연히 강당에서 동희와 은수, 미래가 비밀스럽게 대화하는 것을 듣는다.

" 어제 본거랑 똑같애."  "어떻게 된거야?"  "조용히 해, 누가 듣겠다."









그때 갑자기 등장한 영삼(황찬성)에 의해 재타는 시선을 돌리게 되고, 영삼의 카메라로 새 카메라를 사서 신이난 그의 사진을 찍어준다.







이야기는 재타의 시점, 정확히 말하자면 재타의 블로그 '정글피쉬'를 통해 전개된다.




아프리카에선 강인한 호수의 물고기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정글에 떨어지기도 한단다. 바다로 가는 출구를 몰라 정글 속에서 발버둥 치고있는 정글피쉬들. 

꿈도 꿀 수 없고 숨도 쉴 수 없는 우리 모두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정글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들인지 모른다. 

여기는 꿈을 꾸는 유일한 시간이며 자유로이 숨쉬며 헤엄치는 곳. 나의 블로그다. 

모든 정글피쉬들이 잠시라도 쉬어가길.




아직은 어리기에, 그리고 입시라는 큰 관문을 통과해야만 '인정'을 받는 소년들이기에,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정글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말이 짠하게 다가온다. 

잠시나마 '정글'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재타의 블로그는 학생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부족함이 없다.








이른 아침, 학교의 소식통 스피커(김동범)를 통해 시험지유출 소문이 전교에 퍼진다. 

교실에서는 꼬리표(성적표 이전의 모의 성적표)를 나누어주고, 재타는 자신을 피하고 심지어 사진동아리마저 그만두겠다고하는 동희가 이상하다.





시험지 유출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그 이야기가 진실이든 아니든 학교 분위기는 이미 최악이다. 

친구를 의심하고, 선생님을 의심한다. 정글에 또 하나의 덫이 놓인 듯. 모두 발 밑을 조심하길!







재타의 글을 접한 은수는 댓글을 단다.

사진을 보니 같은 학교네요. 지금 제 발 밑에도 덫이 보입니다...




은수는 이미 덫에 걸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서히 자신을 옥죄는 죄책감과 침묵하라는 주위의 압박을 고스란히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말못할 비밀을 가지고 끙끙대는 은수에게 블로그 속 재타와의 소통은 유일한 탈출구이다.







다음날 학교



학교는 온통 시험지유출 소문으로 떠들썩하고, 은수와 미래는 서로의 눈치만 본다. 

은수는 단짝 정솔(민지)이 범인이 너냐며 농담하자 놀람과 동시에 진실을 말할 수 없음에 힘들어한다.









"그건 다 엄마아빠 욕심 때문이잖아. 난 싫어. 난 숨막혀 죽을 것 같다구!!"



문제의 과외수업에 가는 길에 엄마와 말다툼을 벌이는 은수. 그런 과외는 받기 싫다고, 부모님 욕심에 자신은 숨막혀 죽을 것 같다고 외치지만 

자신을 되려 엄히 혼내며 자신의 희생을 알지 못하냐는 엄마의 질타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은수의 속은 점점 타들어간다.









다음 날 학교, 시험지유출사건을 함께 조사해보자는 영삼의 제안이 내키진 않지만 함께 하기로 한다. 

몇몇의 학생을 인터뷰 한 후, 친구인 동희에게도 인터뷰를 시도해보지만 그는 냉정하게 뿌리친다. 그 후로 동희는 재타를 의식적으로 피하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비밀 하나쯤은 있다. 무덤까지 가져갈 아픈 비밀이 있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드러날 거짓말도 있다. 

분명한건 비밀의 벽이 높아질수록 우리 사이의 벽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인터뷰한 영상을 편집해 블로그에 올린 재타. 그리고 같은 시각 그것을 보고 있는 은수.



인터뷰하는 동안 내내 생각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비밀의 열쇠를 쥐고있는 당사자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은수는 또한번 재타의 글에 댓글을 단다.

우리가 정글에 갇힌 건 모두 어른들의 욕심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글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도 결코 결백하지 못하죠. 괴로울 겁니다.  

그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그 아이들이, 가장 괴로울겁니다.





그리고 은수의 댓글에 달리는 악플들...



댓글을 본 은수의 얼굴과 표정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크나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부모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심지어 같은 고통을 겪는 친구에게조차 위로받을 수 없는 여린 소녀. 은수의 고통이 나에게까지 전해와 마음이 아팠다.







은수의 과외모임과 선생님이 조사를 받게되자 드라마는 위기로 치닫는다.




부모님과 선생님 모두 불안에 떠는 가운데 가장 불안한 것은 아이들이다. 

각자의 방식대로 불안감을 표출하는 가운데, 미래는 침착해보이는 은수에게 화풀이를 한다.










다음날, 시험지유출사건에 연루된 선생님들은 잡혀가고, 교내는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그 시간 급식을 먹고있던 재타는 소식이 알려지자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동희를 보며 의문을 가진다.









혼란속에서 또한번의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한 재타는 영삼과 함께 영상을 업로드한다.




우연히 영삼의 사진(드라마 초반때 영삼을 찍어준 사진)을 업로드 하던 중 뒷배경에서 시험지유출사건과 연루된 선생님과 과외모임 아이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날 강당에서 아이들이 말한 것이 시험지 유출에 관련된 것임을 알아챈다. 어두운 진실을 알아버린 재타.






고민을 하다가 삼촌의 조언을 듣고 재타는 동희에게 직접 찾아가 묻기로 한다. 하지만 돌아오는건 동희의 분노와 다신 그 얘기를 입밖에 내지 말라는 협박섞인 경고뿐이다.









한편,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은수는 솔에게 진실을 말하기로 결심한다. 솔의 학원앞으로 찾아가 솔 몰래 전화를 건 은수는 진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솔은 전화를 끊어버리고 자리를 뜬다.











자신의 단짝인 솔마저 외면해버리자 은수는 기댈 곳이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버스밖 풍경을 바라보는 은수.









같은 시각, 친구에게 상처를 받은 재타와 은수는 답답함을 떨쳐내려한다. 재타는 자전거를 타며 밤거리를 달리고 은수는 버스 창문을 연다. 

상황을 바꿀 순 없지만 이러한 행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들이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우연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로 마주치는 재타와 은수. 상처받고 방황하는 두 아이가 한 씬에 잡히자 마음이 뭉클해졌다.










다음날 학교-
학교 게시판에 시험지유출사건과 관련있는 학생이 올린듯한 자살예고글이 올라오면서 학교는 또다시 술렁거린다.




영삼과 재타는 자살예고글을 본다. 영삼은 자신이 사건과 관련된 조사를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나 불안해하며 약간의 죄책감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재타는 이 일에 관해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재타의 신중함과 어른스러움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창 밖을 바라보는 은수. 누군가 날린 종이비행기를 바라본다.



무엇이 지금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 왔을까요?








그저 좋은 딸이 되고 싶었고,








어른들이 원하는 좋은 학생이 되고 싶었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아프게 하는 걸까요.
이제 전 더이상 정글에서 살아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두 포기하고 싶어요.
저도 시험지 유출사건의 한 학생입니다.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죽고 싶을만큼 후회만 남았습니다.







 

 

 



재타는 블로거 담장 위 고양이(은수)에게 온 쪽지를 보며 고민한다.







다음날 학교에서는 자살예고글은 또 올라오고 재타는 영삼과 함께 블로그 대문의 학교사진을 가지고 담장 위 고양이(은수)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사진을 단서로 학교 방송반까지 찾아오고 그곳에서 솔을 만나 은수가 담장위 고양이임을 알게 된다.





그 시각 옥상위에 있던 은수.






솔은 은수의 이름을 외치며 옥상위로 뛰어올라간다.


옥상위에서 만나는 은수와 솔. 울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너나할거없이 미안하다고 소리친다. 

너무 놀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피했다는 솔과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은수. 

둘의 입장이 너무나 이해가면서도 두 사람의 깊은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재타는 은수에게 자살예고글을 썼냐고 묻지만 은수는 자신이 아니라고 한다.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때 아이들은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동희와 미래를 보게 된다. 시선이 집중되자 도망치는 동희와 미래.

 




결국 둘은 자살소동을 벌이게 되고 영삼이 그들을 잡으려고 달려가자 건물 밑으로 뛰어내린다.










학교를 떠들썩하게했던 그 사건 후 학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그 날의 소동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거다.
애초에 두 사람은 자살같은건 전혀 생각도 없었다. 경찰조사와 소문때문에 압박을 느낀 두사람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 짓이였다. 

그날도 갑자기 마주친 우리때문에 놀라서 도망간 것이었다.




어쨌든 성적조작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사건을 주도했던 선생님들은 더이상 학교에서 볼 수 없다. 학부의 부모님들도 모두 조사를 받았다. 

애초에 누가 처음 그 사건을 이야기했는지 누가 신고했는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는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적어도,
겉으론 그랬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남긴 상처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넘어지고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고 그리고 우린 또 성장한다. 그게 정글의 법칙이다.



여긴 정글이고 우리는 여기있다. 우리 모두는 바다를 꿈꾸는 정글피쉬다. - End

 
 

***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렇게 꼼꼼이 곱씹으며 리뷰를 해도 손색이 없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추가)

이 작품은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사건이란 실화를 소재로 하여 미국 피버디상, 동아시아PD포럼 우수상, 서울드라마페스티벌 청소년 부문 최우수상,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역시! 또한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데에는 깜짝 놀랐다. 검색해보니 2007년도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내가 고3이라 정신이 없었나 보다. 정말 공부만 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때였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병마와의 싸움도 참 힘겨웠었다. 병원가랴, 학교가랴, 학원가랴, 독서실가랴... 수능이 가까워질때즈음 눈질환이 심해져 너무나 눈이 아파 며칠간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때 그 심적인 고통과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눈이 아파서 이렇게 누워있는 동안 애들은 공부하겠지, 난 또 뒤쳐지나. 이런 위기의식도 심했다. 이제는 다 추억이지만, 지금 떠올려봐도 결코 유쾌하지 않은 수험생 시절...

벌써 대학교 졸업반에 가까워진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는 정글에서는 벗어났지만 나는 여전히 정글피쉬다. 어른들의 세계에 갇힌 정글피쉬가 아닌 내안의 틀에 갇힌 정글피쉬. '나'라는 알껍질을 깨고 나와야할텐데 쉽지만은 않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핑계인 것 같다. 아직 창창한 미래가 있으니 기회는 많다고 위로하며 그 기회를 활용할 줄 아는, 꿈꾸는 그리고 열정적인 20대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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